송인혁The University of Manchester
Mathematics NCUK 영국 학사진학과정 7기

서로 부족한 음을 채워주고 어울리는 소리를 더해주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협주라는 것을 보여준 이 과정을 선택한 것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멋진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소개를 하기 전에 누구나 아는 이야기 하나로 글을 시작할까 합니다. 바로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입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고, 당연하게도 토끼는 거북이를 훨씬 앞섰고, 느린 거북이를 얕잡아본 토끼는 도중에 낮잠을 잤고, 그 사이에 열심히 길을 갔던 거북이가 결국 경주에서 이겼다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기. 이 이야기하면 누구나 그 교훈으로 자기보다 느린 거북이를 얕본 토끼가 상징하는 교만을 경계하고 항상 성실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겠죠.

하지만 이 이야기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숨어있는 다른 교훈이 있습니다. 교만했던 토끼도 나쁘지만, 잠든 토끼를 살그머니 지나쳐 혼자 1등을 한 거북이 또한 나쁘다는 것입니다. 잠든 토끼를 깨워서 함께 가는 거북이가 되자는 것이죠. 누군가는 뒤처지고, 누군가는 앞서가는 것이 아닌 함께 가는 것. 이것이 제가 NCUK 과정을 통해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이며 이 과정이 함께 가는 교육을 찾고자 하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먼저 말씀 드리면서 함께 가는 교육이란 무엇이었는지를 지금부터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NCUK 학사진학과정 7기 Further Mathematics 반에서 vice representative를 맡은 송인혁이라고 합니다. Mathematics (수학과)를 전공할 예정이고, 현재 지원한 University of Bristol, University of Manchester, University of Birmingham 세 곳 모두로부터 Conditional Offer를 받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 과정을 지원하기 전, 저는 상대평가라는 경쟁적인 교육 상황 속에서 자란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수시 결과도, 수능 결과도 모두 제 기준에서 볼 때 만족스럽지 못했던 저는 재수 혹은 어떻게든 맞춰서라도 국내 대학교에 지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이 NCUK 과정을 알게 되었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이것은 놓치면 안 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제 개인적인 진로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책을 읽어 온 저는 그 중 소립자 물리학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되었고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물리학에 대해 매력을 느껴 이론 물리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결심한 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물리학이라는 순수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언젠가는 이 분야가 더 많이 발전되어 있는 곳으로 유학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먼저 국내에서 좋은 물리학과를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기에 일단 국내 입시 체계 속에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저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물리학은 순수 학문인데 상대적으로 아직은 응용 학문, 즉 보다 자본을 추구하는 학문을 중시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한국에선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이 한정되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부터 결국 유학을 가야만 한다면 좀 더 일찍 그 길을 걷는 것이 저의 인생에 있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부모님께서 이 NCUK 과정을 알려주셨고, 제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으로 과학자들의 요람인 영국이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NCUK 과정만이 갖고 있는 특징들은 이 과정을 선택하게 된 또 다른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는 영국 교육이 갖고 있는 특징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발표와 토론 형식 위주의 수업과 절대 평가라는 시스템이 그 특징들입니다. 현재 한국에서의 교육 시스템과는 사실 정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저처럼 항상 틀에 갇힌 주입식 교육보다 발표와 토론 위주의 수업을 좋아한다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답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그것만을 찾으면 되는 기계적인 분야라 생각하는 수학, 물리학과 같은 과학의 영역에서도 사실 그 깊이를 더해갈수록 가설의 단계에서의 토론을 통해 보다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런 제게 토론과 발표 형식의 수업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절대 평가라는 시스템 또한 큰 매력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같이 공부하는 이들에게 경쟁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 거리낌없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언제든지 모르는 것을 내게 물어볼 수 있는, 그래서 서로를 도와가며 공부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평가라는 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는 주로 도와주는 입장에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얻어가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동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면 그 내용을 미리 공부해 완벽히 이해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예습이 되고, 가르치면서 복습이 되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자기 소개서를 작성할 때 서로 보여주며 첨삭을 돕는 과정에서 글을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우면서도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같이 마음을 다졌고 동료들과의 협업심도 더 끈끈하고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교수님들과 instructor분들의 효과적인 피드백 또한 빼놓을 수 없겠죠. 앞서 언급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속 함께 가는 교육은 교수님들과 Instructor분들과 함께 가는 발표와 토론식 수업, 그리고 절대 평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동료들과 함께 가는 환경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을 직접 이수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영어였습니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이 이를 가능케 했습니다. 이 과정에는 이 점을 고려해 한 달 정도의 Pre 기간이라는 것이 있는데, 본 과정에 앞서 영어만 집중적으로 배우는 시간입니다. 이 때 배운 영어 기술들이 본 과정을 이수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고, 이 기간이 끝날 무렵, 어느새 영어 수업이 잘 들리고, 여러 문단의 글을 영어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정 전체가 끝날 때 즈음엔 영어로 수학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해내고, A4 4, 5장짜리 Essay는 물론 몇 십장이 훌쩍 넘어가는 과제를 해내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과정에서 배우는 영어는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영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영어를 잘한다고 하면 Native들과 유사한 발음으로 막힘 없이 유창하게 회화를 해내는 모습 혹은 공인 인증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유학에 있어 가장 필요한 영어는 그런 영어라기보다는 - 이 곳의 영어 과목의 이름인 EAP (English for Academic Purposes)가 나타내듯 - 실제 대학에서 다른 학생들과 교수님들과 함께 학업에 힘쓰는 데 필요한 영어입니다. 국제적인 학생에게 필요한 학문적 영어, 즉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문적 의견을 교류하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사용하는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단순히 유창한 발음이나 높은 공인 시험 성적보다 더 중요한 Essay를 잘 쓰는 방법, Presentation을 잘 하는 방법, 토론과 토의의 차이, 자기 소개서를 잘 쓰는 방법, 표절을 피하는 방법 등 실제 영국에서의 학업에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저 또한 그렇게 되었고, 한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해 지난 12년간 배운 시험을 위한 경쟁적 영어보다 이번 1년 동안 배운 함께 가는 학문을 위한 영어가 훨씬 효과적으로 실력을 향상시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또 하나의 수확은 전공 과목이었습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제 전공은 Further Mathematics, 우리말로 말하자면 심화 수학 혹은 고급 수학이라 불릴 과목입니다. 솔직히 말해 한국의 교육 체계 하의 수학에서의 제 성취도는 물리학을 전공한다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껴졌었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수학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꿈에 대해 흔들리기도 하고 물리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수학을 두려워했었습니다. 이런 수학을 영어로 배운다니, 지레 겁을 집어먹었었습니다. 하지만 과정을 시작하고 나서 이 생각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국에서의 수학 교육과 이 과정에서의 수학 교육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학생이라면 초등학교 수학 책에서 이따금씩 본 이후로는 대학에 가기 전까지 본 적도, 볼 일도 없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이 과정에서의 수학에선 끊임없이 튀어나옵니다. 때문에 모든 문제는 논술형으로 객관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험을 봐도 마찬가지이며, 때문에 시험 시간은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며 과정을 빠짐없이 기술할 수 있도록 충분하게 주어집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 답은 하나이되 그것을 도출할 수 있는 과정은 여러 가지임을 인정하는 것 등 답 자체를 빠르게 도출하는 것만을 배우게 되는 우리나라 교육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시간 싸움을 하는, 이해가 사라져버린 수학에 지친 제게 너무도 적합했고, 덕분에 제 전공이 대학교 수준의 수학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취도를 보일 수 있었습니다. 수학 자체에 대한 이해도 확장되었고, 물리학과 수학이 따로 놀지 않고 그 연관성을 보여주는 교육 과정을 통해 내가 전공하고자 하는 이론 물리학과 수학은 그 교집합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분야를 연구하기 위한 발판으로 최종적으로는 Mathematics를 전공으로 선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내 대학으로의 진학을 포기하고 유학을 가고자 한다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발표와 토론식 수업 위주이고 절대 평가 제도 하에 있다고 하더라도 - 개인차는 있겠지만 - 미리미리 했음에도 완성도를 위해 첨삭을 거치면서 밤을 며칠씩 새기도 하는 과제가 존재하고, 이따금씩 엄밀한 영국식 채점 기준에 헷갈리는 일도 있으며, 또 시험을 위한 공부의 양도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끝마친 사람으로서 말씀 드리자면, 결코 후회는 없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한 종류의 소리로만 홀로 외로이 연주하는 독주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음을 채워주고 어울리는 소리를 더해주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협주라는 것을 보여준 이 과정을 선택한 것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멋진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길을 잃었다고 해서 영원히 길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교만한 토끼가 아닌 성실한 토끼이며 잠든 토끼를 내버려두지 않고 함께 가는 거북이라면 이 과정은 분명히 영국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도약시켜줄 발판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이를 깨닫게 해준 NCUK 과정과 저를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신, EAP 선생님들과 전공과목 교수님들, IEN 관계자 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고생한 7기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하고 장황한 글이었지만 NCUK 과정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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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신입생모집 설명회 : 학사 11/23(토), 대학원 11/2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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